수작업으로는 정리 어렵던 방대한 의료데이터
AI가 집약·분류·정교화해 암 진단 패턴 발견


“아무리 암을 오랫동안 치료한 명의(名醫)라 해도 그가 환자에게서 감지한 의학적 느낌을 데이터로 설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우리의 AI(인공지능)는 이 설명하기 힘든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해 실제 암 진단을 돕습니다.” (도신호 하버드대 의대 교수)

이른바 ‘감(感)’의 영역을 AI가 데이터로 설명하는 시대가 왔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 역할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무성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AI가 우리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이런 가운데 의학 영역에서는 AI가 ‘암’을 진단하는 최첨단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최용준(왼쪽) 대표, 문한림(오른쪽) CMO가 두에이아이 사무실에서 ZOOM(줌)으로 도신호(모니터 화면 위) CTO, 남좌민(모니터 화면 아래) 사외이사 등과 함께 원격 대화를 나누며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두에이아이는 AI를 이용해 수작업으로는 정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집약·분류·정교화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메디컬 스타트업이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최용준(왼쪽) 대표, 문한림(오른쪽) CMO가 두에이아이 사무실에서 ZOOM(줌)으로 도신호(모니터 화면 위) CTO, 남좌민(모니터 화면 아래) 사외이사 등과 함께 원격 대화를 나누며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두에이아이는 AI를 이용해 수작업으로는 정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집약·분류·정교화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메디컬 스타트업이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두에이아이(doAI)는 수작업으로는 정리할 수 없었던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AI를 이용해 집약·분류·정교화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에이아이 최용준 대표(이하 최), 도신호 CTO(하버드대 의대 교수, 이하 도), 문한림 CMO(의학박사, 이하 문)로부터 ‘의학과 IT’의 만남을 통해 암 진단 패러다임 혁신을 추구하는 이 회사의 비전과 주력 연구 분야에 대해 들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도신호 CTO는 줌(ZOOM)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AI 기반의 정밀 의료 솔루션 개발이라는 분야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합니다. 두에이아이의 솔루션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최: 의료진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오진(誤診)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의사의 실수 등을 최소화하면서 정밀하고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떤 의사들은 ‘언젠가 AI가 의료진을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AI는 의사의 진단 정확도 및 진료 품질을 높이는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이런 AI를 더욱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역할입니다. 특히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이나 도서 지역 환자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솔루션으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암 진단 분야에서 AI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나요?

도: 임상 경험이 풍부한 명의들은 어떤 환자를 보면 직감으로 느끼는 의학적 감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사의 느낌’을 데이터로 설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AI를 활용해 보니, 사람이 수작업으로 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얼굴 인식’과도 비슷합니다. ‘얼굴 인식’ 서비스가 수억 명 중에서도 한 사람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처럼, 우리는 AI를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의료 데이터 중 암을 진단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그중 자궁경부암과 췌장암 조기진단이 현재의 주력 분야이지만,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려고 합니다.

―AI를 이용한 암 진단이 의료 서비스 소외 계층에게도 도움이 되나요?

도: 그렇습니다. 이 기술은 한국뿐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구촌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또 이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없도록, 전 세계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최: 두에이아이는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 및 바이오 헬스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임상·유전체·병리조직 데이터를 받는 DDSN™(Do Data Supply Network)이라는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십 구축이 의료 인공지능 회사의 핵심 성공 요인입니다. 도 교수님 말씀대로 이 빅데이터를 가공한 서비스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누구나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입니다.

―현재 두에이아이의 중점 연구·개발 분야와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엇인가요?

문: 우선 AI와 나노 라만 바이오센서 융합기술을 이용해 췌장암 조기진단 모델 및 동반진단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폐암에는 가슴 CT, 간암에는 초음파 등 여러 방법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조기진단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런 췌장암도 AI가 모은 방대한 데이터로 조기진단을 해보려는 겁니다. 그 데이터를 모으는 데 남좌민 사외이사(서울대 화학과 교수)의 ‘표면 증강 라만 분광 분석법’도 활용됩니다. ‘표면 증강 라만 분광 분석법’은 혈액 속 수많은 단백질 패턴을 분석해 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 피를 판독합니다. 이미 AI 기반의 자궁경부암 검진 시스템 ‘DoPapSmear™(두팹스미어)’를 모바일 앱 형태의 경량 AI 알고리즘 모델로 개발했습니다. 기존 방법에 비해 자궁경부암 정밀검사 필요성 파악에 드는 시간과 검진 비용은 줄이고 결과 신뢰도는 높이고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로서 두에이아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 한국의 의료 서비스는 질적으로 우수하고, 보험 혜택도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 의사들은 환자를 ‘3~5분’ 빠르게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의사 업무를 줄여줄 수 있다면 짧은 시간에도 고품질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의료 전문가로서 AI 전공자들이 의학적으로 잘 쓰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모니터링합니다. 의사와 환자를 잘 이해하는 의료 전문가와 가장 효율적인 IT 서비스를 만드는 공학도들의 협업으로 최고의 인공지능 기반 보건의료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두에이아이(doAI)는?

인공지능·ICT·제약… ‘개인 맞춤형 의료’ 실현한 메디컬 스타트업

두에이아이(doAI)는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한 사람은 하버드대 의대 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의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LMIC(Laboratory of Medical Imaging and Computation) 센터장 도신호 교수였다. 또 한 사람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AT Kearney와 Arthur D. Little 등에서 수석 컨설턴트를 역임하고 ICT·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연쇄 창업가로 변신한 최용준 대표이다. 이들은 2018년 두에이아이를 공동 창업하고,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플랫폼 상용화를 위해 독보적인 AI 기술을 적용한 암 조기진단 및 동반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두에이아이의 암 조기진단 솔루션 'DoEDx'는 사람마다 다른, 방대한 혈액 속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두에이아이 제공
두에이아이의 암 조기진단 솔루션 ‘DoEDx’는 사람마다 다른, 방대한 혈액 속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두에이아이 제공

CTO(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 도신호 교수는 AI 기술로는 이례적으로 저명한 의공학(醫工學)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 관련 연구를 발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최 대표 아들이 도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두 사람은 전공을 뛰어넘어 의료 인공지능 플랫폼 연구·개발을 위해 합심했다. 설립 4개월 만에 GC녹십자홀딩스로부터 회사 가치로 130억원 투자를 받으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여기에 문한림 CMO(Chief Medical Officer, 최고의학책임자)가 최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합류했다. 문 CMO는 미국국립보건원, 일본국립암센터,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소스미 스클라인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15년간 항암제 연구·개발을 총괄해왔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관련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해 향후 신약 개발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서울대 화학과 남좌민 교수는 빛의 산란 정도를 이용해 혈액 내의 고유한 화학 성분 정보를 한 번에 획득하는 ‘표면 증강 라만 분광 분석법’을 두에이아이에 제공하고 있다.